1. 테헤란로 야근, 그 뻣뻣한 어깨의 무게
역삼역 2번 출구 쪽 건물에서 일한 지 벌써 3년째인데, 솔직히 이 동네 야근 문화는 좀 독특하거든요. 저녁 8시에 퇴근하면 일찍 간다는 소리 듣고, 10시 넘어서 나오면 그제야 엘리베이터가 붐비기 시작하죠. 그날도 비슷했어요. 코드 리뷰 끝내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까 11시 가까이 됐더라고요. 테헤란로 대로변은 낮이랑 분위기가 완전 달라요. 낮에는 정장 입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데, 밤에는 편의점 불빛이랑 대리기사 호출음만 남는 느낌이랄까. 어깨가 뭉친 건 알고 있었는데, 집에 가는 길에 손목을 돌려보니까 등까지 땡기더라고요. 모니터 앞에서 8시간 넘게 앉아 있으면 목이 앞으로 빠지잖아요. 그게 누적되면 어깨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등 전체가 굳어버려요. 강남역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생각했죠. 오늘은 좀 풀어야겠다. 근데 이 시간에 열려 있는 마사지샵 가기엔 솔직히 피곤하기도 하고, 뭔가 옷 갈아입고 나가는 것 자체가 귀찮았어요. 그래서 예전에 동료한테 들었던 출장마사지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2. 집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 의외로 빨랐던 것
역삼동 오피스텔에 혼자 살거든요. 테헤란로에서 도보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원룸인데, 이 동네가 좋은 게 뭐냐면 메인 도로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꽤 조용해요. 큰 도로는 차 소리가 시끄러운데 골목 안쪽은 생각보다 한적하거든요. 그날 밤 11시 반쯤 예약 문자를 보냈어요. 현재 위치하고 원하는 시간 말씀드렸더니 40분 정도 후에 도착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심야 시간이라 1시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랐죠. 나중에 들어보니까 관리사분이 선릉 쪽에서 오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근처가 IT 회사 밀집 지역이다 보니 평일 밤 호출이 꽤 있는 편이래요. 그래서 이 권역에 대기하는 분들이 있다고. 도착 전에 선입금 요구하거나 하는 곳은 피하라고 들어서 확인했는데, 다행히 그런 건 없었어요. 도착해서 현금으로 결제했고, 90분 코스에 15만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가격이 매장보다 조금 더 나가긴 하는데, 이 시간에 밖에 안 나가도 된다는 게 값어치를 하더라고요.
3. 90분 동안 일어난 일들, 어깨부터 종아리까지
솔직히 저는 마사지 받을 때 말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근데 그날 관리사분이 어깨 한번 만져보시더니 대뜸 물으시더라고요. 컴퓨터 일 하시죠. 맞다고 했더니 승모근이 돌처럼 굳어 있다면서요. 처음 30분은 등이랑 어깨 위주로 집중적으로 풀어주셨어요. 아프면 말씀하시라고 했는데 사실 좀 아팠거든요. 근데 그 아픈 게 싫지 않은 아픔이랄까. 뭉친 게 풀리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다음에 허리 쪽으로 내려오셨는데,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허리 아래쪽 근육이 많이 짧아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장요근이라고 했나. 정확한 의학 용어는 잘 모르겠는데, 고관절 쪽을 풀어주시니까 허리가 한결 편해지는 느낌이 있었죠. 마지막 30분은 다리랑 발이었는데, 이건 솔직히 덤으로 생각했거든요. 근데 종아리 풀리니까 발끝까지 혈액순환 되는 것 같았어요. 다 끝나고 일어났는데 등이 쫙 펴지는 느낌. 그게 며칠은 갔던 것 같아요. 물론 뭐 치료가 되거나 하는 건 아니겠죠. 일시적인 이완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도 그 순간의 회복은 분명했어요.
4. 호텔 말고 집에서 받는 이유가 있더라
동료 중에 강남역 근처 비즈니스호텔에서 출장마사지 받는다는 친구가 있거든요. 야근하고 집까지 가기 귀찮으니까 호텔 잡아서 거기서 받고 자고 출근한다고. 그것도 나름 방법인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집에서 받는 게 더 낫더라고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일단 끝나고 바로 침대에 누울 수 있잖아요. 샤워하고 뒹굴다 잠드는 게 가능하거든요. 호텔이면 아무래도 체크아웃 시간 같은 거 신경 쓰이고요. 그리고 역삼동 이 근처 오피스텔들이 대부분 복도형이라 사람 드나드는 거 눈치 볼 일이 별로 없어요. 엘리베이터에서 관리사분이랑 마주쳐도 그냥 손님인가 보다 하는 분위기랄까. 물론 첫번째 받을 때는 좀 어색하긴 했어요. 낯선 사람이 집에 온다는 게. 근데 그건 한두 번 하고 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정상적으로 영업하는 곳이면 자격증 있는 분들이 오시고, 불편한 상황 만드는 일 없거든요. 그래도 처음이면 문 열어두고 받거나, 거실에서 받는 것도 방법이에요. 사실 저도 첫번째는 그랬습니다.
5. 평일 밤 테헤란로, 이 정도 루틴이면 버틸 만하더라
요즘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받는 것 같아요. 야근이 심한 주에는 주 1회까지 가기도 하고요. 가격 생각하면 매번 부르기는 좀 그렇지만, 어깨랑 허리 상태 보면서 조절하는 중이에요. 사실 운동을 병행하는 게 맞는데, 이 동네에서 일하면 헬스장 갈 시간 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녁 7시에 운동 가려면 칼퇴를 해야 하는데, 그게 맘대로 안 되잖아요. 그래서 마사지가 임시방편이긴 해요. 근본 해결은 아니라는 거 알아요. 근데 그 임시방편이 없으면 못 버티겠더라고요. 강남역 쪽으로 가면 심야에도 열려 있는 마사지샵 꽤 있긴 한데, 거기까지 걸어가서 기다리고 하는 게 이 피곤한 상태에서는 무리예요. 그냥 집에서 문자 한 통 보내고 기다리는 게 훨씬 편하죠. 어쩌면 이게 이 동네 직장인들한테 필요한 회복 방식 중 하나 아닐까 싶어요. 거창한 거 아니고, 그냥 오늘 하루 버틴 몸 좀 풀어주는 거. 그 정도가 적당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