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옷장 앞에서 멈춰 있던 그 밤
면접 하루 전날, 시계는 밤 11시를 넘어가는데 옷장 앞에서 그냥 서 있었어요. 검색창엔 관리사 면접 당일 뭘 입어야 하나, 화장은 어디까지 해야 하나, 서류는 뭘 챙기지, 이런 질문들을 다 뒤죽박죽 쳐 넣어놓고. 사실 이 글 읽으러 오신 분도 딱 그 상태일 거예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때 제 옆에 누가 앉아서 대충이라도 얘기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래서 오늘은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요. 강남 쪽 샵으로 첫 면접을 잡아둔 상태였는데, 검정 원피스를 꺼냈다가 다시 넣고, 슬랙스를 꺼냈다가 또 넣고. 결국 새벽 1시에 잤어요. 근데 이게 웃긴 게, 지금 와서 보면 그때 고민했던 것의 절반은 사실 아무도 안 봐요. 원장님이 보는 건 훨씬 단순한 몇 가지거든요. 그걸 몰라서 밤을 새운 거죠. 그러니까 오늘 글은, 면접 당일 뭘 입고 가방에 뭘 넣어야 하는지, 그 실용적인 얘기부터 시작해볼게요.
2. 입사 전, 옷차림은 결국 이 선에서 정리됐다
옷은요, 솔직히 정장까지는 아니어도 돼요. 오히려 빳빳한 정장 재킷 입고 오시면 원장님이 좀 갸웃해요. 이 사람 실제로 일할 때 이렇게 입을 것도 아닌데, 하는 눈빛. 제가 봤던 합격 케이스들은 거의 무채색 니트에 슬랙스, 아니면 단정한 블라우스에 면바지. 이 조합이 제일 많았어요. 발목 드러나는 신발보다는 앞코 막힌 플랫이 낫고요. 관리사 면접이라는 게 결국 몸을 쓰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몸선이 답답해 보이지 않으면서도 어깨나 목이 과하게 드러나지 않는 선. 그 정도가 적당하더라고요. 손톱은 짧게 정리하고 매니큐어는 지우고 가세요. 이건 진짜 기본이에요. 향수는 뿌리지 마시고요, 뿌리셔도 아주 살짝. 고객 몸에 손 대는 직업이니까 냄새에 예민한 원장님들 꽤 있어요. 머리는 하나로 묶을 수 있게 준비하시는 게 좋고. 아, 그리고 저는 그날 검정 니트를 입고 갔는데 목 부분이 좀 늘어나 있었어요. 그게 지금도 걸려요. 세탁을 하고 갈걸.
3. 메이크업은 어느 정도가 적당하냐면요
화장은 진짜 애매하죠. 안 하면 성의 없어 보일까 걱정되고, 하면 또 관리 받는 손님처럼 보일까 봐 신경 쓰이고. 제가 1년쯤 일하고 나서야 알게 된 건데, 원장님들이 보는 포인트는 되게 단순해요. 피부가 깨끗해 보이나, 인상이 밝나, 이 두 개예요. 그러니까 파운데이션은 얇게 펴 발라서 잡티만 가리고, 눈썹은 원래 결대로만 자연스럽게. 아이라인 진하게 그리거나 속눈썹 붙이는 건 좀 부담스러워하시더라고요. 립은 자기 입술색보다 아주 살짝 밝은 정도. 그 정도가 딱이에요. 사실 서울 강남 쪽 샵들은 원장님이나 실장님이 미용에 예민한 편이라, 오히려 과한 화장보다 피부 결이 좋아 보이는 걸 훨씬 선호해요. 음, 근데 이것도 매장마다 좀 달라요. 스웨디시 위주로 하는 곳이랑 피부관리 겸하는 에스테틱은 또 분위기가 다르거든요. 지원하는 샵 인스타 한번 들어가서 실장님이나 관리사분들 사진 톤을 보면 대충 감이 와요. 저는 그걸 몰라서 첫 면접 때 아이섀도우를 좀 진하게 하고 갔어요. 지금 생각하면 살짝 부끄럽죠.
4. 가방 안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어요
가방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걸로. 안에 뭐가 들어가냐면요, 우선 신분증. 이게 없으면 근로계약서 작성 단계 갈 때 다시 오라고 해요. 이력서는 뽑아서 클리어파일에 넣어가고, 자격증 있으면 사본도 챙기시고. 통장 사본이나 주민등록등본까지 요구하는 곳은 보통 그날 바로 계약까지 가는 케이스라 미리 준비해두면 편해요. 아, 손수건이나 작은 수건 하나. 면접 보러 걸어가다 보면 손에 땀 많이 나거든요. 립밤, 여벌 스타킹, 생리대, 개인 물통. 이 정도. 그리고 이건 좀 중요한데, 근로계약서 얘기를 그날 안 하는 곳은 한 번 더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4대보험이나 계약 조건, 근무 시간을 두루뭉술하게 넘기면서 일단 나와보라고 하는 곳들이 있어요. 들리는 말로는 그런 데서 나중에 산재나 급여 문제 생겼을 때 애매해지는 경우가 꽤 된다고 하더라고요. 정상적으로 직업정보제공사업 등록된 경로를 통해서 지원한 거라면 대부분 이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와요. 그게 안 나오면 그날은 답 안 주고 하루 정도 생각해보시는 게 좋아요.
5. 1년쯤 지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일한 지 한 1년 넘어가면요, 이제 반대로 제가 면접 자리에 앉아서 신입 지원자를 보게 되는 순간이 와요. 그때 되면 신기하게, 옷차림보다 눈이 먼저 보여요. 이 사람이 긴장은 했는데 여기 오래 있고 싶어 하는구나, 아니면 그냥 일단 아무 데나 붙고 보자는 마음이구나, 이게 5분 안에 티가 나거든요. 그래서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옷도 화장도 아니고, 그 샵에 대해 하루라도 찾아보고 왔냐 하는 거예요. 근무 시간이 몇 시부터고, 주 며칠 근무인지, 하루에 예약이 대충 몇 타임 도는지. 이런 걸 물어보는 지원자한테 마음이 가요. 준비된 사람 같아 보이니까. 옷은 무채색 단정하게, 화장은 얇고 밝게, 가방엔 신분증이랑 이력서. 이 세 줄이면 사실 옷차림 얘긴 다 한 거예요. 나머지는 그날 아침 거울 앞에서 한 번 웃어보고 나가는 거. 그 정도가 제가 지금 후배한테 해줄 수 있는 얘기예요. 아, 그리고 면접 끝나고 나오면서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저도 첫 면접 떨어졌거든요. 근데 두 번째 갔던 데서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어요.
